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정신 맑음

Alexine 2022. 8. 23. 09:03

오늘은 새벽 5시 반쯤 일어났다.

휴직 후에 이렇게 정신이 맑고 온전했던 적이 있던가. 

불안과 강박이 가슴을 짓누르지 않고, 창밖에서 들리는 새 지저귐을 들으며 마음이 평안하다.

항상 쫓기는 것 같다가 자포자기를 반복하고, 그냥 흘러가는 듯 살고 가족 다 죽으면 죽을 것이라 다짐만 했었는데

 

근래에 마음이 편해지던 순간이 있었다.

아빠와 루미큐브하며 소소히 서로를 약올리는 것,

친구 결혼식 축가를 할 컨디션에 아님에도 준비해야한다는 압박을 스스로에게 했는데, 친구들이 내 상태를 보고 먼저 부담을 덜어준 것.

친척 언니네 집에 가서 조카 삼형제랑 놀고, 언니랑도 그냥 편하게 와인마시면서 속마음 얘기 후 서로를 달래준 것. 조카들이 나랑 놀고싶어하고 보고싶어하는 게 신기했던 경험. (나랑 왜 놀고싶지?)

 

그리고 뜬금없는 곳에서 영감을 받았다. 스트릿맨파이터(이하 스맨파)를 보면서 느낀 건데, 서로 잘 맞고 안정적인 크루들이 타 크루들의 평가를 대면할 때, 출연자들 신경이 곤두서는 장면을 본 것이다. 참가자들 표정에서 '어? 이거 맞아? 왜?' 놀람과 당혹스러움이 느껴졌다. 이 장면에서, 내 이상이 현실과 많이 다를 때, 화가나고 스트레스 받는 모습이 생각났다. 사람들은 자기객관화를 스스로 어느정도를 하겠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타인과 부딪힐 때,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안정적이다가 그 세계를 부정당하면 충격을 받는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덜 하겠지만, 그래도 그 케이스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다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나와 완전 다른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도 처절한 현실속에서 힘든 순간도 있는 것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사람사는 거 다 똑같다고 머릿속으로 생각만하지, 정말 다른 환경임에도 비슷한걸 겪는 모습을 제대로 보는 것이 더 나에게 와닿은 것 같다. 스스로 유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연스러운 상태임을 조금씩 인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내가 힘든 것을 잘 들어주기만 했던 의사선생님이 규칙적인 생활은 어느정도 해야한다고 해서, 이번주는 정말로 잠을 컨트롤하려고 노력 많이 했다. 건강하지 못한 방법이여도, 졸음을 쫓으려 게임하고 ott와 함께 노력 많이 했다. 밖에는 여전히 나가기 싫었다. 가끔 나가야할 스케줄을 만들어서 가기 싫어도 나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선잠 밖에 못자고 계속 새벽에 깨도, 깬채로 저녁에 자기전까지 버텼다. 어제 새벽에는 무슨 바람이 들어 어지러운 주방을 다 뒤집었다. 성에 차게 치우고 커피 한잔 내려마시고 온갖영양제를 다 먹었더니 이상한 성취감이 들었다. 허허. 

 

 동생이랑 한집에 살면서, 사람을 내 기준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것은 대단한 일임을 깨닫고 있다.

동생은 밥도 방에 들어가 혼자 먹고싶어하고, 눈마주치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쉬다가 말하고싶을 때만 말한다. 그외에 말걸면 차단이다.

나는 밥은 차려서 같이 먹으면서 얘기도 하고싶고 어울리고 싶다. 그 순간만 가지면 된다. 그 외는 혼자의 시간을 갖고싶다. 

동생과 사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이였다. 집안일에서부터 부모님 챙기는 것 등 스타일이나 섬세함도 달라서 많이 싸웠다. 그래도 서로 많이 적응이 되긴 했는데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살아야한다는 부부들의 말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동생과 나는 환경도 많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지금은 적응된 서로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서로 원하는 도움은 다르니까. 이제는 치킨을 시키거나 짜파게티를 끓이면 같이 식탁에서 먹는게 아닌, 따로 덜어서 동생을 준다. 방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혹은 동생이 식탁에 있으면 내가 방에 들어가거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해보니까 웃기다. 

어제는 생일 까먹은게 미안해서 얼굴을 쳐다봤더니, 부담스럽게 왜 쳐다보냐고 한마디 들었다. 정말 예민한 아이다. 나도 예민하지만 서로 예민한 타입자체가 다른 것 같다. 친척언니는 이런 얘기를 하면 나보고 결혼 잘할 것 같다고 했다... 아, 물론 내 반려자는 동생이랑은 다른 성격일 것에 확신한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