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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6.

Alexine 2019. 4. 2. 13:44

엄청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포스팅한 글들을 보다보니 내가 글쓰는 실력이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당시에 머릿 속에서 혼돈을 이루었던 생각들을 두서없이 입력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나름 잘 정리해서 쓴 것 같다.

그 땐 스스로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해서 습관을 들여보고자 시작한 블로그였다. 그런데 현재 보고서 한 줄 쓰기도 힘들어하는 나에겐 나름(?) 잘 쓴 글 같아 보인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사람을 익명으로 칭하고 특징을 나열했는데, 재밌는 건 지금 그 A씨, B씨 등이 누구였는지 가물가물하다는 것이다.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지만 익명으로 쓴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싶다. 구체적인 인물의 실명 및 단서를 묘사하지 않아서 그 당시의 나의 감정과 관점에 초점을 맞춰서 감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예민한 생각을 읽으며 그 때의 나의 색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어제 퇴근길에 운전을 하면서 노래를 듣고 있었다. 작년에 즐겨 듣던 노랜데 생각이 나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 했었다. 잘 듣다가, 작년에 이 노래를 들을 땐 이런 감정이 아니였다는 게 생각이 났다. 올해의 나는 완전하고, 작년의 나는 불완전했다. 불완전했던 내가 노래의 분위기에 더 격하게 젖어들었었다.

 

가끔 예전 기억을 떠올릴때, 그 날의 분위기가 있다. 분위기라는 단어보다는, 생체리듬 쪽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가까울 수도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어달리기를 하며 맡았던 바람 냄새, 전학 간지 얼마 안돼서 친구 따라 인적드문 산에 가서 맡았던 지독한 추운 냄새, 중학교 때 교우 관계 고민때문에 매일 밤 쓸어내린 가슴. 고입을 앞두고 이유없이 친구들에게 느꼈던 낯설음, 성인이 되고 대외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도망치고 싶은 충동.

 

묘사하기가 어렵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리지 않다고 생각했고, 현명하지는 않아도 적당한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했다. 현재 완전한 상태라고 느끼는 나는 과거의 내가 섣부르게 판단했고, 숲을 본다고 착각하는 사람이였던 것 같다. 물론 현재의 나는 어리지 않다고 생각하고 적당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도 몇년 뒤의 내가 보면 참 어렸고 미숙한 사람처럼 보이겠지.

 

이번 글이야 말로 중구난방이다.

일하기 싫어서 쓴 글인 거 티난다

 

어쨌든 또 누군가에게 화가 나서 머리속이 어지러웠다. 그래서 블로그를 켰다. 이 감정도 나중에 보면 생각 안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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